[초점]축산업허가제·축산계열화사업법 시행…내용과 과제

축산 환경·경영 변화 ‘신호탄’

방역 효율화 전망…사육거리 완화 빠져 ‘우려’
농가·업체 갈등해소 기대…시행초기 조율 필요

　23일부터 축산업허가제와 축산계열화사업법이 함께 시행됨에 따라 국내 축산환경은 물론 농가의 축산경영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축산업허가제의 경우 가축사육 거리제한 규정이 빠진 채 시행을 맞게 돼 농가들의 우려가 크다. 축산계열화사업법 역시 농가와 계열화사업자간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어 상생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법안의 주요 내용과 과제를 살펴본다.

　◆축산업허가제=축산업허가제는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효율적인 방역관리와 친환경 축산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전격 도입됐다. 이에 따라 종축업, 부화업, 정액 등 처리업과 일정 규모 이상 가축사육업에 참여하는 사업자나 농가들은 정부가 정한 허가기준을 충족해야만 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축산업 허가자와 가축사육업 등록자, 가축거래상인 등은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규정해 가축질병 발생 및 확산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축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축산업허가제의 도입에 공감하면서도 최종 법안 시행령 통과과정에서 가축사육 거리제한 규정이 빠진 점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축산업계의 최대 현안이었던 가축사육 거리제한 기준 완화 문제가 환경부와 일부 지자체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결국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초 농림수산식품부는 환경부가 2011년 11월 일선 지자체에 권고한 가축사육제한구역이 과도하다는 축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축산법 시행령 개정안에 보다 완화된 가축사육제한거리를 입법예고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축사육 거리를 명시하는 문제를 놓고 환경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했지만 법안 시행 이전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국무총리실과 법제처 심의 과정에서 가축사육 거리 명시 문제는 관계부처간 협의과정을 더 거친 뒤 연구용역 등을 시행한 이후 관련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축산학계 관계자는 “축산업허가제는 효율적인 가축방역과 선진축산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일선 지자체가 축산업 진입 규제를 매우 강화하고 있어 축산업의 신규진입은 매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축산계열화사업법=그동안 축산계열화사업은 육계 등 중·소가축 위주로 확대됐으나 축산농가와 축산계열화사업자간의 계약상 불공정문제, 사육경비 산정 및 원자재 품질문제 등으로 끊임없이 대립이 발생해 왔다.

　이 같은 대립을 완화해 줄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는 점에서 ‘축산계열화사업법’ 시행은 계열화사업자와 농가간 갈등 해소와 계열화사업의 질적 향상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법률안에는 축산계열화사업의 발전계획 마련과 표준계약서 사용권장, 사육경비 지급기준, 축산계열화사업 분쟁조정 위원회 설치 등이 포함돼 축산농가와 계열화사업자간 위탁 사육계약시 공정거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법률 시행초기에는 사육경비 산출 방식과 사육평가 방식 등에 혼선을 불러올 수 있어 마찰방지를 위한 축산농가와 계열화사업자간의 긴밀한 상호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 축산경제연구실 강병규 책임연구원은 “1980년대부터 축산계열화사업이 시행되면서 사업자별로 사육경비 산출방식과 사육평가방식이 달라 혼란을 야기할 수 있고 특히 표준계약서의 경우 사업장별로 경영여건 차이가 커 사업자들의 참여가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 연구원은 “법률 시행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부와 농협, 축산관련 단체 등이 축산계열화사업법의 홍보와 교육을 강화해 축산농가의 법률 이해도와 이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농민신문
성홍기 기자